아는 사람이 보면 넌 이미 청년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건 넘어가고….

텍스트큐브닷컴 위의 블로그를 이리저리 떠돌다가 이 블로그는 아껴서 두고두고 읽어야겠다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럼 구글 리더를 열어 피드를 구독해 둔다. 리더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당신의 글.

관심블로그도 찍어 둘까 생각할 때부터가 문제다. 관심블로그 등록은 200개까지 된다지. 뭔가 대단한 곳에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망설인다. 이미 리더에 등록했는데 관심블로그로도 등록해야 할까? 리더에 등록했다면 관심블로그에선 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새 나의 팬인지 너의 팬인지 순위는 치솟고, 명언 하나가 귓전을 맴돈다. 아끼면 똥 돼, 아기면 똥 돼, 아끼면…….

법정 스님은 가지고 집착해서 문제였다 하는데 난 아예 가질 엄두를 못 내서, 아니 안 내서 문제로다. 아하하. 먹은 나이가 아깝다. 매사가 그랬던 건가 하는 깨달음이 등골을 훑은 뒤 두정혈을 치고 나가 등선지경에 빠져들 정도다. 법정 스님, 틀리셨어요. 일단 가져야 버릴 수 있잖아요. 집착할 것이 빤하니 가지지도 않겠다는 어리석은 이는 또 어찌 하리잇꼬?

악! 지금 관블 찍으러 갑니다. 껄껄껄.

처음에 쓰려 했던 건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_-;;
블로깅 팁도 너무 많이 유통되어, 그 말이 그 말 같아 지겨울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으로 사로잡고, 내용은 흥미롭게, 마지막은 질문 형식으로 반응을 유도합시다. 얼쑤.

우연히 그런 블로그를 만나는 일이 있다. 블로깅 팁을 그대로 따르려 애쓴 티가 나는 블로그. 설명서를 읽고 그에 맞춰 제작한 레고처럼 화려하나 찍어낸 것 같아 손발리 오그라든다. 전부 같은 제작 설명회라도 들었나.

이른바 구연동화 블로그다.

"어린이 여러부운~! 오늘은 제가 남녀간 스킨쉽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어요오. 남녀간의 스킨쉽은 좋은 거랍니다아. 그렇죠오~?"


첫차 타고 올라온다는 이웃집 꼬맹이 녀석을 기다리려 아침 일찍 기차역에 나갔다. 녀석이 올라가니 며칠 재워주라는 전화를 어제 받았던 것이다. 부모님으로부터의 지시사항이니 넵 하고 나올 수밖에 없지. 꼬맹이 보기 부끄러울까 해서 방 청소며 빨래도 해치웠고 향수 비슷한 물건도 칙칙 뿌려 놓느라 좀 귀찮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만나게 된 꼬맹이는 이미 꼬맹이가 아니었다. 고향 떠나 가끔씩 부모님 댁에만 들린 지 벌써 여러해니 못본 새 변한 게 당연도 하지. 웬 다 자란 처자가 내 앞에 떡 서더라. 뉘신지요 물으니 아 사람 잘못 봤네요 죄송 하며 떠나려는 개구장이 같은 모습이 예전 그대로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근데 왜 올라온댔더라?

"면접 있어. 대입 면접."

허! 그 코찔찔이가 벌써 대학? 세월이 유수 같다 하더니만 이건 흐르는 물 정도가 아니라 숫제 폭포구만 폭포.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오. 이제 열여덟 되면 투표권도 생겨."

열여덟에게 투표권이라. 그렇다면,

"맞아. 나 1.12야."

꼬맹이는 짐짓 자랑스럽다는 듯 뽐내며 말했다. 어디 보자.
18 × 1.12 = 20.16
맞네.

"세상 말세다. 코찔찔이에게 투표권을 주는 제도라니. 어쩌다 이렇게 됐나."
"흥. 왜 그러세요 아저씨. 나일 먹으니 보수층으로의 진입 욕구가 강해졌나요?"
"보수고 뭐고 간에 맘에 안 들어. 각자의 삶이 가지는 밀도차를 고려하여 사회적 연령을 정한다? 왜? 뭘 위해서?"
"질투하시는군요. 오빠가 1년 늦게 투표권을 얻은 걸 난 알고 있지롱. 0.97 이었잖아."

그래. 국가에서 가늠한 내 인생 밀도는 0.97이었다. 그 난리통을 기억한다. 대체 삶의 밀도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이미 눈치 빠른 이들은 밀도 가중치를 얻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자원봉사니 수련회니 해서 가중치를 얻기 위한 수단들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회적 연령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모든 과정은 역사책에서 읽은 옛 상황과 닮았다. 당시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학업성취도 파악을 명목 삼은 일제고사를 실시했는데, 국가는 경쟁 심화의 우려는 없으며 단지 말 그대로 학업성취도 파악을 목적으로 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럴 리 있나. 코웃음칠 일이다. 누군가를 경쟁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등급을 만들어 그들을 줄세워 둬라. 별다른 당근이나 채찍을 들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경쟁하리라.

하나의 등급제를 만들어 그들과 차별하고, 끝내 등급을 넘어 올라서는 이가 있다면 다시 새로운 등급을 만들고, 약발이 다하면 또다른 등급제를 만들고….

"오빠 음모론자였어? 치열한 생존경쟁을 권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조장한다는 말에 다름아니잖아. 그냥 살기 팍팍해져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꼬맹이의 입으로 살기 팍팍하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었다. 꼬맹이랑 이런 대화라니. 것도 대입을 앞둔 애랑. 그래서 대화의 방향도 돌릴 겸 물어보았다.

"밥은 먹었냐?"



2XXX 는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망상의 집합체다. 혹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어느 차원 어느 때의 요진이라는 작자 블로그를 무단 펌질하여 저장해둔 카테고리.

태그 : 2XXX
1.
성은 불, 이름은 티나. 갓 태어난 일회용 라이터 티나는 조물주가 하는 말을 들었다. "넌 홍보용이란다."

티나는 기뻐했다. 또래들은 전부 붉거나 푸르거나 무색 투명한 라이터인데 그는 홍보용 라이터로서 알록달록 색을 입거나 글자를 새기게 되는 것이다. 차별화의 욕구.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 아니던가. 300원 푼돈에 팔리는 것보다 홍보라는 목적을 위해 쓰인다는 게 더 낫기도 하고.



2.
티나의 첫 주인은 A였다. 그러나 티나는 A의 손길을 오래 느끼지 못했다. 다른 일회용 라이터들과 함께 종이 박스에 담겨져 있다가, "새로 개업했어요. 잘 해드릴게요." 라는 A의 말과 함께 B에게 건네진 것이다. 홍보용의 운명이 다 그런 법이지. 티나는 B를 진정한 첫 주인으로 생각하기로 결심하고, 마음을 편히 먹었다.

B는 한 삼일 간은 티나를 애용했다. 그의 주머니도 꽤 아늑한 편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어느 날, B가 자기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날, 운명이 티나를 새로운 주인에게 이끌었다. B는 테이블 위에 티나를 올려두었는데, 그 곁에 앉았던 C라는 작자가 티나를 들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제 주머니에 집어넣어 버린 것이다.

며칠이 지나 다른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은 우습기까지 했다. B에서 C로 넘어갈 때 티나가 겪었던 일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티나는 잠시 D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게 되었다. 다음 순간, C가 담배를 피우려 주머니를 뒤지다가 "라이터가 없네. 불 좀 빌려줘." 라고 말했고, D가 티나를 꺼내 내밀었던 것이다. C는 원래 자기 라이터였다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불씨만 당기고는 티나를 D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날 술자리에서 D는 티나 말고도 라이터를 세 개나 더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다음 주인이 바로 요진이었다. 요진이 "라이터가 없다? 있냐?" 라고 물었고, D는 "나 몇 개 더 있다. 가져라." 라며 티나를 요진에게 건넸다. 요진은 별 생각 없이 라이터를 받아들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3.
"너! 안마방 갔지!"

느닷없는 분노의 고함에 요진은 화들짝 놀랐다. E가 불 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화를 풀어줄 고난의 과정이 먼저 떠올라 긴장이 됐다.

"안마방이라니?"

E는 말없이 라이터를 내밀었다. 오늘 아침 D가 너 가지라며 준 라이터다. 근데 그게 왜? E가 라이터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안 보여? 이거 안 보여? 안마방 라이터잖아!"



4.
E는 티나를 거칠게 집어던졌다. 열린 창문으로 날아간 티나는 15층 높이를 낙하하여, 팡 소리를 내며 터지는 것으로 그 짧은 생을 마감했다.

나는 그를 애도한다.

일식을 봤다

분류없음 2009/07/22 11:14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식을 봤다. 이야기를 듣자니 아마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일식을 보려 사용한 수법은 매우 조잡했다. 노트북 모니터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올려두는 필름이 있는데, 이 물건이 각도에 따라 가시광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가 기울여 가며 적당한 수준으로 가시광선이 차단되는 각을 찾은 후, 그렇게 일식을 구경한 것이다. 따라서 사진은 없다-_-;

동료 B 씨는 과자인지 사탕인지를 오도독거리며 그걸로 일식이 봐질 리 있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내가 마침내 성공하여 환호하자 화들짝 놀라 턱을 헤 벌리고 말았다.

그때 나는 보았다. 그가 오도독거리던 해를 보았다. 해 반쪽을 씹어먹은 건 동료 B 씨였던 것이다. 日食 이냐? 나는 당장에 뛰어들어 B 씨의 목을 조르며 해를 뱉으라 소리질렀다. B 씨는 잠시 켁켁거리더니 곧 포기하고 내 손바닥에 반쯤 부서진 해를 고스란이 뱉어냈다.

나는 노성을 지르며 사무실로 뛰쳐들어가, 딱풀을 찾아내어 조각난 해를 짜맞추었다. 금이 간 곳이 보였지만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 듯했다. 애초에 워낙에 눈부시니까 금 간 걸 발견할 사람도 없겠지. 그리고서 남이 보지 않을 때를 틈타 조심스레 해를 원래의 하늘에 걸어두었다. 일식이 그렇게 끝났다.

이 모든 일을 겪자 녹초가 되고 말았다. 잠시 후면 점심시간인데, 밥 많이 먹어야겠다.
태그 : 일식